장한문집_어느 이야기

트위터 썰(사방신과 여우 삼 형제) 백업

천제가 속았다. 무엇이 전지전능한 그에게 치욕스러운 기분을 안겨 주었는가. “천제 전하, 존귀한 당신을 능멸한 것은 저 산봉우리에 터를 잡은 여우 삼 형제입니다. 그들을 벌하소서, 벌하소서.” 신관의 말이 끝나자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고, 번개가 산봉우리 위로 떨어졌다. 찢어지는 비명 소리와 함께 피투성이가 된 여우 두 마리가 구름 감옥 안으로 던져졌다. 아...

그날, 나는 김남준의 무사하던 한쪽 뺨을 치지 못했다. 그러쥔 주먹은 포물선을 그리기도 전에 막혔다. “아저씨, 안 돼요!” 뒤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붙은 전정국 때문이었다. 배를 감싼 팔에 들어간 힘이 강해서 숨이 헉, 하고 막혔다. 순간, 전정국이 내 숨을 막히게 해 죽일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제일 어리면서 힘은 드럽게 셌다. 한 마디도 제대로 내뱉지...

지난 시간의 온도

“그래서…… 연락, 안 된다고?” 윤기의 물음에 수화기 너머로 남준이 침묵을 지켰다. 마지막 한 명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국내에 있지 않았다. 연락은 일방적으로 자주 끊기고, 그들조차도 마지막으로 본 게 작년 겨울이라고 했다. 그나마 남준과는 주기적으로 닿는다고 했는데 이번 주기는 아닌가 보다. “어쩔 수 없지.” 아쉬움이 크지만, 마지막 작업을 ...

형, 저 윤기입니다. 형 휴가 가셔서 작업실 비시죠? 저 녹음실 좀 빌릴 수 있을까 싶어서요. 개인적인 일로 사용하려고 하는데, 부탁드릴게요. 꼭 좀 사용하고 싶어서 그래요. 제 작업실 사람들한테는 별로 알리고 싶지 않기도 하고……. 노래할 애들한테 편한 환경 만들어 주고 싶어서요. 지금은 말씀드리기 힘든데, 작업물 나오면 말씀드릴게요. 깨끗하게 사용할게요...

손님 없는 애매한 오후 시간, 매대 정리를 하던 석진이 시계를 흘겼다. 딱 원두 배달이 올 시간이라서 원두 기사님이 들어오는가 했더니 웬 산 송장이 가게로 들어왔다. 흠, 저 꼴은…… 손님인가, 좀비인가. “저희 가게가 아무리 그래도 좀비는 아직 손님으로 분류해야 할지 못 정했는데요. “네?” “꼭 이틀 밤은 안 잔 것 같은 얼굴이 좀비인지, 사람인지 구분...

돌아가는 길에는 머리 위에 뜬 태양 때문에 더위가 심해졌으나 윤기의 걸음은 가벼웠다. 날씨에 까탈스러운 걸 알기에 작업실로 들어오는 윤기를 보며 몇몇이 눈치를 살폈지만,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대로 닫힌 작업실 문을 보며 동료들이 숙덕거렸다. 요즘 사람이 바뀌어 가는 것 같다고. 공감한다는 듯 상대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동시에 이야기하던 사람...

“형은 악세사리 잘 안 하네요?” 누구와는 달리 텅텅 비어 있는 윤기의 열 손가락과 양 손목을 본 남준의 질문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태형이 붙여 주고 간 밴드를 짜증스럽게 보고 있던 윤기가 미간을 좁힌 채 고개를 들었다. 어우, 왜 노려본대…….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태형이 생성하고 간 불똥이 남준에게 튀려 했다. 날카로운 눈빛에 기가 꺾인 남준이 머뭇머...

다른 SNS를 찾겠다는 의지도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 주위에서는 한 번 더 해 보라며 부추겼으나 윤기는 자신의 인지도가 그 정도는 되지 않았구나- 하고 넘겼다. 두 번이나 알렸는데도, 그래도 연락이 없어서 실망할 바에는 차라리 사람 찾아주는 흥신소한테 의뢰하겠다, 싶어서. 그렇게 한 달을 보냈다. 그제부터 곡 쓴다고 작업실에 처박혀 있는 윤기를 걱정하는...

라이브 방송을 시작한다는 알람 팝업이 떴다. 누굴까, 누굴까 핸드폰을 확인해 보던 사람의 눈이 번쩍 뜨였다. 헐 미친, 진짜? 적나라한 반응이 이어짐과 동시에 팝업창을 터치하자 화면 가득 머리카락이 떠올랐다.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스피커로 흘러나오자 라방 시청자들이 난리가 났다. 진짜냐, 가짜냐, 진짜 맞냐. 우선은 진실 여부 확인부터. 핸드폰 꽉 쥐고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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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 rps

얼마쯤 이어지던 침묵을 깬 건 전정국이었다. 김남준을 선생님쯤으로 느꼈는지, 아니면 몸에 익은 본능으로써 허락을 구하려고 한 건지 손을 들었다. 남준의 시선이 자신에게 닿은 후 고개를 까딱인 후에야 입을 뗀 전정국의 질문에 누군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럼 저 수능 안 쳐도 돼여?” 희생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듣지 않았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수능이었나 보...